어떤 상황을 마주하면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과거의 내가 떠오를 때가 있지요.
왜 자꾸 옛날 생각이 나는지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인 것 같더라고요.
만 10년을 꽉 채워 다닌 첫 회사를 퇴사한 후, 계획에도 없던 이직과 결혼이라는 대형 사건이 있었고, 코로나가 터졌어요. 그 후 세 번째 회사로 이직했고, 다시 2년쯤 지나 아이가 생겼습니다.
이 모든 일이 3년 동안 생긴 일이에요.
첫 회사를 퇴사한 이후부터 정말 단 한 순간도 온전히 나 혼자, 나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느낍니다. 후회된다기보다는 내가 선택한 일 안에서 뭐 하나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듭니다. 잘해내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되니 속상한 마음에 가까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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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과거를 돌아봅니다.
대개는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일 거예요.
그럴 때면 과거의 내가 더 좋아 보이기도 하지요.
예전에는 더 몰입하며 더 빠르게 성장했고,
내가 세운 계획대로 잘 가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의 내가 그때보다 못난 사람이 되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어쩌면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모르던 어떤 모습으로 확장되기 위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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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저는 10년 뒤, 20년 뒤의 제 모습을 상상하며
방향을 정해 큰 틀에서 계획을 세우곤 그 길을 가고 있었어요.
그러한 방식은 분명 그때의 저에게는 최선이었습니다.
그렇게 세운 목표로 많은 것을 시도하고, 배우고, 경험했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삶의 조건이 달라졌어요.
원하는 목표와 가려는 방향은 여전히 같은데,
그곳에 다다르는 방식이 지금도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온전히 나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었을 때 당연하게 쓰던 방식이
지금은 애를 써도 잘 안돼서 조금은 혼란스럽게 느껴지네요.
그래서 최근에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과거의 내가 상상했던 삶이 앞으로도 내가 가야 할 유일한 길일까..?
기존의 방식은 지금의 나와 잘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시도해보면 좋을까?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니 문득,
‘내가 지금 정답을 찾고있는건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엔 맞다는 판단이 들면 앞뒤 안가리고 일단 하고 봤는데,
지금은 들어가는 에너지가 아까워서 정답을 찾는 것 같습니다.
워킹맘이라 아이 돌봄에 대한 온콜을 고스란히 받다 보니
회사 일과 육아 사이에서 스위칭하며 새는 에너지가 많다고 느껴집니다.
저도 모르게 시행착오 없이 단번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나봐요.
그 자체로 나답지 않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곧바로 지금은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따라붙었어요.
어차피 인생에 정답이란건 없는데, 내가 나를 스스로 가둬두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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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난 2월에 한 달간 쉬면서
그동안 고민했던 것들을 스스로에게 질문의 형태로 던져보고 있습니다.
왜 질문의 형태냐고 묻는다면,
질문은 지금의 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다음 방향을 탐색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혼자의 몰입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게 익숙했다면,
지금은 아이와 함께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배우고 있다는걸 압니다.
그리고 ‘함께’라는 말이 생각보다 많은 걸 바꾸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정답 대신 질문을 기록해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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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저는 30개의 질문을 일주일에 하나씩 던져보려고 합니다.
일에 대한 질문,
관계에 대한 질문,
삶의 리듬에 대한 질문,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질문.
어떤 질문은 과거의 나로 돌아가게 만들 것이고,
어떤 질문은 현재의 나를 다시 바라보게 할 것이며,
어떤 질문은 아직 생각해보지 못한 미래를 열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쓰려니 막막하지만,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합니다.
앞으로 던지는 질문이 제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 주지는 못할테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고싶은지를 다시 보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요?
지금 이 순간의 고민에서 비롯된 선택과 행동이 차곡차곡 쌓여
미래의 나를 더욱 근사하게 만들어줄테니까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질문은 이걸로 골라봤어요.
나는 왜 일하는가.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다음 글에서는 이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함께 질문을 던져봐요 우리.